에어퓨얼 적용된 웨어러블 기기 연내 출시

▲애플이 선보인 스마트워치 무선충전기. 올 연말에는 어떤 형태로, 어디에 놓던 무선충전이 가능한 제품이 나온다./애플
▲애플이 선보인 스마트워치 무선충전기. 올 연말에는 어떤 형태로, 어디에 놓던 무선충전이 가능한 제품이 나온다./애플

비접촉식 무선충전 시장이 열린다. 중국과 한국의 대형 IT 업체들이 이르면 연내 에어퓨얼(AirFuel) 규격 무선충전 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충전용 케이스는 기존 치(Qi) 규격을 적용하되, 기기와 케이스 간 무선충전은 에어퓨엘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막오른 비접촉식 무선충전… 중국 시장 관심 높아

 

국내 반도체 설계 업체 맵스(대표 이준)는 최근 중국 및 국내 IT 기기 제조사들과 에어퓨얼 규격 무선충전 기능이 담긴 스마트 워치, 무선 이어폰 등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말 출시하는 게 목표다.

맵스는 이와 함께 중국 무선충전기 제조사들과 일대다 무선충전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할 무선충전기는 치(Qi) 규격과 에어퓨얼을 모두 지원하고, 늦어도 7월 첫 제품이 나온다. 이들은 듀얼 모드 무선충전기를 식당, 카페, 가정 등에서 사용할 수 있게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출시된 스마트 기기들의 무선충전 방식은 Qi 기술을 활용한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에어퓨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웨어러블 기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웨어러블 기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292억5450만 위안(약 4조9358억원)에 달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을 동시 충전하는 일대다 무선충전기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Qi 규격으로 일대다 충전기를 구현하려면 부품단가(BoM)가 올라간다. 웨어러블 기기에 Qi 규격의 무선충전 기능을 넣기엔 기기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아 충전 효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반면 에어퓨얼 규격은 일대다 충전이 가능하고, 기기와 무선충전기가 떨어져 있어도 충전이 된다. 에어퓨얼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이유다.

 

에어퓨얼 vs Qi, 어떻게 다를까?

 

▲Qi 규격과 에어퓨엘 규격무선충전 비교./업계
▲Qi 규격과 에어퓨얼 규격무선충전 비교./업계

에어퓨얼은 기기와 무선충전기에 각각 공진 주파수가 같은 코일을 넣으면 두 코일이 자기장을 만들고, 전력이 전달되는 자기 공진 현상을 활용한다.

같은 공진 주파수를 쓰는 코일 여러 개에 전력을 전송할 수 있어 일대다 충전기를 구현할 수 있다. 코일이 서로 떨어져 있어도 되고, 크기가 달라도 전력이 전달된다.

충전기와 기기가 블루투스저전력(BLE)으로 신호를 주고 받기 때문에 원거리에 기기를 둬도 충전이 된다.

반면 Qi 규격은 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자기장이 생겨 맞닿은 2차 코일에 전자기 유도를 일으키는 자기 유도 현상에 기반을 둔다.

충전 효율은 에어퓨얼보다 좋지만, 두 코일의 크기가 비슷해야 하고 서로 겹쳐 있어야만 강한 자기장이 형성돼 충전 효율이 높아진다. 코일이 일정정도 크기 이상 돼야 충전 효율이 나오고, 서로 맞닿아야 충전기와 기기 간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밴드(In-band) 통신을 써 수㎝만 떨어져도 충전이 되지 않는다.

 

▲자기 유도 방식인 Qi 무선충전기(왼쪽)는 하나의 코일에 한 대의 기기만 충전할 수 있다. 자기 공진 방식 에어퓨엘 규격의 무선충전기는 하나의 코일로 여러 기기를 충전한다../맵스
▲자기 유도 방식인 Qi 무선충전기(왼쪽)는 하나의 코일에 한 대의 기기만 충전할 수 있다. 자기 공진 방식 에어퓨얼 규격의 무선충전기는 하나의 코일로 여러 기기를 충전한다./맵스

하나의 코일로 하나의 기기만 충전할 수 있어 일대다 충전기를 만들려면 코일을 동시 충전하고자 하는 기기의 수만큼 더 넣어야한다. 그만큼 재료비가 비싸지고, 내부 마이크로제어장치(MCU)의 알고리즘도 복잡해진다.

애플이 지난해 상반기에 출시하겠다고 했던 Qi 규격 일대다 무선충전기 ‘에어파워(AirPower)’가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인 건 이 때문이다. 에어파워의 콘셉트는 어느 영역에 기기를 올려도 충전이 되는 무선 충전기였다.

애플 ‘에어파워’를 구현하려면 무선충전 패드 내부에 코일을 여러 개 넣어야하는데, 코일 사이에 기기가 올라가면 충전이 되지 않는다. 여러 개 겹쳐넣을 경우 하나의 코일에만 전류가 흐르게 해야 전력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 이를 제어할 별도 프로세서도 필요했다.

이준 맵스 대표는 “애플 ‘에어파워’의 구현 방법을 두고 다양한 예측이 나왔지만 자기 유도 방식의 근본적인 한계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특정 영역에 기기를 놓아야만 충전이 되는 현재의 일대다 무선충전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접촉 무선충전, 틈새시장? 대중시장?

 

에어퓨얼 규격이 현재의 Qi만큼 보편화될 수 있을까. 당장은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돼 틈새시장 규모에 불과하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

편리성에 있어서는 에어퓨얼이 압도적이다. 지금처럼 무선충전기 위에 기기를 올려놓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집 안에 에어퓨얼 규격의 무선충전 허브(hub)를 둬 곳곳에 있는 가전을 충전할 수 있게 된다.

에어퓨얼 규격이 대중화되려면 가장 널리 쓰이는 IT 기기인 스마트폰에 들어가야한다. 현재 삼성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 국내 및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대부분 에어퓨얼 규격의 검토를 끝냈거나 진행 중이다.

자기장이 넓은 범위에서 만들어지는만큼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스마트폰 내부의 다른 부품에 악영향을 주는 문제점도 현재는 해결됐다. 또다른 스마트 기기인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되는 것 자체가 안정성을 입증했다는 뜻이다.

무선충전이 작동하면서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중국 국가무선규제위원회사무소(SRRC 사무소)는 공진 방식의 무선충전 솔루션에 FCC, SRRC 인증을 내줬다.

생태계도 커졌다. 에어퓨얼에 집중했던 맵스뿐만 아니라 IDT, NXP반도체 등 Qi 규격의 무선충전 반도체에 주력했던 반도체 업체들도 에어퓨얼과 Qi를 동시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에어퓨얼 얼라이언스에만 200곳 이상의 업체가 등록돼있다.

전기차(EV) 무선충전 기술로 꼽히는 ‘무선전력전송(WPT)’도 자기 유도 방식을 활용한다. EV용 WPT는 미국 와이트리시티(WITricity)와 퀄컴 진영으로 나뉘는데, 모두 자기 공진 방식(공명결합)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등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안정성, 신뢰성을 입증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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