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법 위원회 통과... 상·하원 모두 법안 필요성 수긍
핵심 주파수 대역인 3.5㎓ 대역 주파수 첫 경매도 마무리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오는 4분기부터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를 본격화한다.

지난달 25일 3.5㎓ 대역 주파수 경매가 종료됐고, 수억 달러의 보조금 및 연구개발(R&D) 지원이 담긴 미국 통신법(USA Telecommunications Act) 역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주파수 분배가 마무리되는 내년 5G 투자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한다.

 

주파수 대역도, 지원금도 확보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2일(현지 시간) ‘옥션(Auction) 105’의 낙찰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FCC의 3.5㎓ 대역 분배 계획./FCC

옥션 105는 3550~3650㎒, 즉 5G의 핵심 주파수 대역 중 하나인 3.5㎓ 대역에 대한 주파수 경매다. 지난 7월 23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228개사가 입찰해 약 2만625개의 우선 접근 라이선스(PAL)를 획득했다. 

최고액을 지불한 낙찰자는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이다. 나온 주파수 대역 중 간섭 등에서 자유로운 양질의 대역을 낙찰받았으며, 라이선스 비용으로 총 18억4000만달러(약 2조1901억원)를 지불했다. 뒤를 이은 건 위성 네트워크 사업자 디시네트워크(DISH Network)의 계열사인 웨더호른와이어리스(Wetterhorn Wireless)로, 입찰자 중 가장 많은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미국이 5G를 상용화한 건 엄밀히 따지면 지난 2018년이다. 그 해 10월 버라이즌이 고정형(FWA) 방식으로 5G를 상용화했지만, 지난 1분기 기준 북미 5G 가입자 수는 국내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5G 주파수 특성을 그림으로 나타냈다./퀄캄
5G 주파수 특성을 그림으로 나타냈다./퀄컴

원인은 5G 주파수 대역으로 밀리미터파와 저대역(850㎒)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5G는 밀리미터파대역과 6㎓ 이하(Sub-6㎓) 주파수 대역을 모두 활용한다. 두 주파수 대역 간 특성 차이를 감안하면 도심처럼 트래픽이 몰리는 곳에서는 밀리미터파가, 기타 지역에서는 6㎓ 이하 대역이 유리하다. 

6㎓ 이하 주파수 대역 중에서는 중간 대역인 3~6㎓가 핵심이고, 저대역은 장거리용이라 사실상 주력 주파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밀리미터파 대역으로 이를 대체하기에는 커버리지를 넓히기가 어렵다. 도심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5G를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쓸 수 없는 지역이 넓으니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번 옥션 105로 통신사업자들은 이 공백을 메워줄 중간 주파수 대역을 확보했다. 이 다음 중간 주파수 대역 경매 ‘옥션 107’(3.70~3.98㎓)은 오는 12월 8일 시작된다. 

중국 화웨이에 대응, 개방형 표준 5G 기술인 O-RAN 개발과 이를 기반으로 한 망 구축 및 배포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담은 ‘미국 통신법(USA Telecommunications Act, HR6624)’ 역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으로 7억5000만달러(약 8922억원)를 잡은 이 법안은 지난달 에너지 및 상업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상·하원 본회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내진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멈추지 않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지원금을 늘리기 위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어 지원금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상원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고 트럼프 정부의 화웨이 제재도 멈추지 않고 있어 법안 통과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규모는?

미국은 국토 면적이 넓은만큼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기지국의 개수도 많다.

미국 통신사들은 주로 통신탑(Cell Tower)과 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기지국(Rooftop Cell Site)을 활용, 망을 구축한다. 

 

통신탑 사진./Pixabay
통신탑 사진./Pixabay

통신탑은 탑 자체는 이를 임대해주는 부동산 투자신탁(REITs) 업체가 설치하되 한 곳 당 1~3개 사업자가 각자 전송 장비를 넣는 식으로 망을 구축한다. 커버리지 범위는 8~70㎞로, 주로 교외 지역에 설치된다. 반대로 기지국은 통신사업자가 도심 지역에 직접 구축하며, 커버리지 범위는 2.4~40㎞다.

지난 2018년 기준 미국에 구축된 통신탑은 약 15만개, 기지국은 약 33만개로 추정된다. 4G 기지국 당시 숫자가 이 정도라고 가정하면 5G는 수 배로 늘어난다. 주파수 대역이 높아질수록 직진성이 강해져 장애물 등을 넘어 전파가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1㎢ 면적 당 연결 장치 수도 250배나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통신탑 및 기지국 수량 증가 전망./SNL Kagan
미국 통신탑 및 기지국 수량 증가 전망./SNL Kagan

이론적으로는 통신탑 수가 4배 가량 증가해야하지만, 통신 장비 업체들이 4G와 5G를 동시 지원하는 장비를 출시하고 여러 통신사가 하나의 통신탑을 공유하기 때문에 실제 구축되는 수는 다소 줄어든다. AT&T는 미국 내 5G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 30만개의 통신탑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4G에서는 기지국 당 커버리지가 반경 수㎞ 지만, 5G에서는 수백m에 불과해 전국망 서비스를 하려면 3.5㎓ 대역 기준으로도 4G 대비 기지국을 2배 이상 구축해야 한다”며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외곽 지역의 5G 망을 공동 구축하기로 한 것도 막대한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직원이 명동 한 빌딩 옥상에서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SK텔레콤
▲SK텔레콤 직원이 명동 한 빌딩 옥상에서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SK텔레콤

루프탑 기지국의 수량은 통신탑보다 훨씬 가파르게 증가한다. 통신탑은 외곽 지역에 설치되지만, 루프탑 기지국은 트래픽이 몰려있는 도심에 구축되기 때문이다. 도심 지역은 5G 밀리미터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커버리지가 더 짧다. 기존 4G를 5G로 업그레이드하고, 건물 내 스몰셀(Small cell)을 구축하더라도 3배 이상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시장조사업체 SNL카간(SNL Kagan)에 따르면 내후년 미국 내 통신탑 수는 약 20만개, 기지국 수는 약 40만개로 늘어난다.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통신탑 15만개, 기지국 60만개 가량이 추가로 설치돼야한다.

반도체 후공정 업계 관계자는 “이미 통신 장비 업체들은 지난 5월경부터 이같은 움직임을 포착, 현지 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반도체 등 관련 부품 조달을 시작했다”며 “(장비)고객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트래픽이 급증했고, 5G에 대한 현지 수요도 증가해 망 투자가 내년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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