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A4 옆 L7-2 활용
A5 투자하기에는 시황 불확실성 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하는 A4 공장 옆에 추가 라인을 셋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7세대(1870㎜ X 2200㎜) LCD를 생산하는 L7-2 가동이 종료되면, 내부 공간을 비우고 중소형 OLED 생산설비들을 들여놓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7-2 옆의 L7-1도 지난 2016년 생산을 멈춘 뒤 스마트폰용 OLED 라인(A4)으로 전환 투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앞줄 가운데 공장이 L7 공장이다. L7-1은 이미 A4로 전환됐고, L7-2가 A4E로 전환투자될 예정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앞줄 가운데 공장이 L7 공장이다. L7-1은 이미 A4로 전환됐고, L7-2가 A4E로 전환투자될 예정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L7-2에 중소형 OLED 전환투자

 

삼성디스플레이가 L7-2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생산능력은 6세대(1500㎜ X 1850㎜) 원판투입 기준 월 3만장 가량이다. L7-2는 바로 옆의 A4와 어깨를 맞대고 선 건물이라, 전환 뒤에는 A4E로 명명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관계자는 “A4E 장비 반입 시기는 잠정적으로 2022년 3~4분기 정도로 얘기가 되고 있다”며 “납기가 긴 장비들은 내년 연말쯤에는 발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4E가 기존 라인들과 마찬가지로 증착(Evaporation) 라인까지 완전체로 들어오게 될 지는 미지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A3 라인에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스크린(와이옥타)과 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LTPO) 설비들을 들여놓으면서 상대적으로 박막트랜지스터(TFT) 생산능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OLED는 증착 공정으로 생산하는 프런트플레인(Frontplane)과 반도체 공정으로 생산하는 백플레인(Backplane⋅일명 TFT)을 합착해 생산한다. 와이옥타와 LTPO으로 전환하면 스텝 수가 늘어나는 만큼, 백플레인 생산능력이 자연감소한다.

국가별 디스플레이 투자 전망. 내년에 국내 업체들의 설비투자 비중은 0%다. A4E 투자는 2022년으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DSCC
국가별 디스플레이 투자 전망. 내년에 국내 업체들의 설비투자 비중은 0%다. A4E 투자는 2022년으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DSCC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 라인으로 만든 A3 내 생산설비들은 원래 와이옥타⋅LTPO 없이 건설됐다가, 올해 와이옥타 라인으로 일부 전환됐다. 내년에는 LTPO로도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백플레인 생산능력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와이옥타 전환에 약 10~15%, LTPO 전환에 약 20~30% 안팎의 생산능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A4E는 증착라인 없이 백플레인을 생산하는 설비들만 우선 들여올 수도 있다. 

 

A4E가 A5보다 앞설 것으로 보는 이유 ‘불확실성'

 

A4E 투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새로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했던 A5 보다는 시기상 앞설 것으로 보인다. A4E는 2022년 하반기 반입이라는 스케줄은 나온 상태이나, A5 신규 투자는 아직 계획이 불투명하다. 

A4E는 기존 공간을 비우고 설비를 들여 놓는 만큼 설비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으나, A5는 공간부터 확보해야 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투자비가 크다. 원래 중소형 OLED는 6세대 월 3만장 투자에 4조원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공간 확보비용과 증착공정이 빠진다면 설비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 

A5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는 아직 디스플레이 시황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도 A4E 투자 시기가 앞설 것으로 보는 이유다. 

내년에 화웨이가 스마트폰 산업에서 퇴출되면, 화웨이에 대규모 OLED를 공급했던 BOE의 생산능력이 남아돌게 된다. 이 잉여 물량이 중소형 OLED 시황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BOE는 지금도 삼성디스플레이 대비 최소 30% 낮은 가격으로 스마트폰 업체에 OLED를 공급하고 있다. 

애플 A13 AP. TSMC의 7나노 2세대 공정으로 생산됐다. /사진=애플
애플 A13 AP. TSMC의 7나노 2세대 공정으로 생산됐다. /사진=애플

스마트폰 업체들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구매 비용이 상승하면서 여타 부품원가(BOM)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디스플레이와 함께 스마트폰 부품 중 가장 비싼축에 속하는 AP는 선단공정으로 매년 업그레이드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아이폰Xs 맥스'에 사용된 AP와 베이스밴드칩을 72달러 수준이었으나, ‘아이폰11 프로 맥스'용은 89달러에 이른다. 

아이폰Xs 맥스의 A12 칩은 TSMC의 7나노 핀펫 공정에서, 아이폰11 프로 맥스의 A13은 7나노 2세대 공정에서 생산됐다. 올해 첫 양산에 들어간 5나노, 혹은 그 이후 공정은 100% 극자외선(EUV) 공정이 도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매년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EUV 장비는 공급 제한이 심각하고, 이 비용은 AP 제품 원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우 SK증권 이사는 “네덜란드 ASML이 올해 출하한 EUV 장비는 35대 정도로 시장 기대에 못미쳤다”며 “EUV 수급난에 따른 비용은 AP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이는 다른 부품들에 대한 가격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용으로 A5 투자에 나서기는 아직 기술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일단 QD-OLED로 ‘QD디스플레이' 투자를 시작했으나, 차기는 QD-OLED가 될 지 ‘퀀텀닷 나노LED(QNED)’가 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 A5 후보 부지 전경. /사진=KIPOST
삼성디스플레이 A5 후보 부지 전경. /사진=KIPOST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QD디스플레이 파일럿 투자 이후 페이즈2 정도는 QD-OLED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불투명한 상태”라며 “대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으면 A5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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