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M 모델들 중국에서 힘 못써
"단가 메리트(이점)도 크지 않아"

내년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스마트폰 합작개발생산(JDM) 규모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2020년 삼성전자가 JDM 물량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되던 작년 말과 비교하면 국내 부품사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올해 JDM 확대를 추진하면서 국내 부품 공급단가가 JDM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 된 점은 업계 고민거리다.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내년 JDM 5000만대 안팎

 

삼성전자가 내년에 중국 JDM 업체들에 발주할 스마트폰 물량은 5000만대를 약간 넘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하할 전체 휴대전화 물량 3억2000만대와 비교하면 약 15%를 외주주는 셈이다. 올해 당초 JDM 발주 예정 규모가 연간 6000만대를 넘었던 점과 비교하면 내년은 계획부터 1000만대 가량 줄여서 시작한다.

삼성전자 부품 협력사 대표는 “삼성전자가 JDM에 대해 크게 메리트(이점)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당초 예상과 달리 JDM을 공격적으로 늘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현재 계획 물량은 5000만대를 약간 넘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JDM을 시작한 건 지난 2018년 부터다. 그 해 연말까지 300만대, 지난해 3000만~4000만대, 올해 6000만대까지 JDM 비중을 높여왔지만, JDM 모델의 타깃인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보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2%로, 지난해 3분기 대비 0.3% 포인트 더 빠졌다. 점유율 순위는 7위다. 화웨이⋅애플은 물론, 오포⋅비보⋅샤오미⋅ZTE에도 점유율이 뒤졌다. 지난 상반기에도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2%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JDM 전략이 전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JDM 회의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다지만, 이는 다른 브랜드 모두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ODM을 통해 출시한 '갤럭시A10s'.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ODM을 통해 출시한 '갤럭시A10s'. /사진=삼성전자

여기에 JDM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JDM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다. JDM이 외주 생산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출시된다. 최초 상품기획과 품질관리 비용은 삼성전자가 자체 생산하는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투입된다. 

외주 생산 모델이라고 해서 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면, ‘갤럭시S’ 시리즈나 ‘갤럭시A’ 시리즈에까지 나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는 탓이다. 또 다른 스마트 부품 업체 임원은 “중국 내에서 애플을 제외하면 자국 브랜드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좀 더 싸게 조달한다고 시장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JDM 이후 낮아진 부품 마진

 

JDM을 확대한 이후 국내 부품사들이 공급단가가 크게 낮아진 점도 삼성전자가 JDM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이유다. 이미 국내 부품사들 공급 단가가 크게 떨어진 만큼, 굳이 JDM을 통하지 않아도 삼성전자의 중저가 브랜드 마진율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올해 JDM 발주에 앞서 삼성전자는 중국 윙텍⋅화친 등 JDM 협력사들과 부품 수급 단가를 비교했는데, 삼성전자가 직발주 하는 것과 비교해 최대 30% 차이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JDM 업체들이 같은 스펙(규격) 제품을 더 싸게 수급하고 있었던 것이다(KIPOST 2020년 1월 13일자 <삼성전자 카메라 모듈 구매, 모델별 최저가 입찰 방식 도입> 참조).

브랜드별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시노리서치
브랜드별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시노리서치

이에 국내 업체들도 JDM 기준에 맞춰 일부 가격을 조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지난 3분기에만 많게는 10%에 가까운 단가인하(CR)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 3분기 4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 2016년 2분기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대로 3분기 부품 업체들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이익률 하락을 감내해야 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구매팀 관계자는 “3분기 높은 영업이익은 마케팅 비용 절감과 함께 구매 비용 절감 효과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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