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 파운드리 점유율 5% 못미치나 EUV에 야욕
국내 팹리스 업체들 주의 요구

미국 행정부의 중국 SMIC에 대한 제재가 공식화됐다(KIPOST 2020년 9월 29일자 <화웨이 때보다 강력하다... SMIC 제재의 여파는> 참조). 하이실리콘에 이어 파운드리 업체 SMIC까지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설계부터 제조에 이르는 중국 시스템 반도체 산업 전체가 봉쇄됐다.

현재 SMIC 매출 중 북미 비중은 20% 안팎이지만, 미 행정부 제재 효력이 동맹국까지 미친다는 점에서 국내 팹리스들의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SMIC
반도체 웨이퍼. /사진=SMIC

SMIC⋅DJI 등 80개 업체 제재

 

18일(현지시간) 상무부⋅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인권 침해와 남중국해 문제, 군사 현대화 등에 관련된 중국 기업 제재를 발표했다. 이날 제재 대상에 오른 회사는 SMIC와 계열사 11곳, 세계 최대 드론 생산업체 다장(DJI)을 포함해 총 80개에 이른다. 

이전 화웨이⋅하이실리콘 제재와 마찬가지로, 향후 미국 기업들이 SMIC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상무부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SMIC의 신규투자는 거의 불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SMI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에 약간 못미친다. 가장 최신 공정으로는 14nm도 제공한다고 하지만, 주력 매출은 0.15마이크로미터(μm)와 55⋅65nm 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매출 중 북미 비중은 지난 3분기 기준 18.6%다. 이날 제재가 공식화됨에 따라 당장 북미 업체들과의 거래는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

주목할 건 미국이 SMIC 제재 효과로 ‘반도체 선단공정 생산 기술 차단'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비지니스네트워크에 출연해 “SMIC가 10nm 이하 반도체 생산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허가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SMIC의 공정별 매출 비중. /자료=SMIC
SMIC의 공정별 매출 비중. /자료=SMIC

SMIC는 시장 점유율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는 물론 글로벌파운드리⋅UMC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선단공정에 대한 야욕은 선두 업체 못지 않다. 특히 글로벌파운드리⋅UMC가 도입을 포기한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구매해 10nm 이하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SMIC는 지난 2019년 네덜란드 ASML로부터 EUV 한 대를 배정 받는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아직 중국으로 반입하지는 못했다. EUV 장비 수출을 위해서는 네덜란드 정부 허가가 필요한데, 아직 허가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정부로서도 미국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ASML 기술 역시 미국 의존도가 작지 않다. EUV에 들어가는 주석(Tin) 방울 발생기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용 광원장치는 미국에서 생산된다. 

더군다나 ASML은 지난 2001년 미국 노광장비 회사인 실리콘밸리그룹(SGV)을 인수한 이력이 있다. ASML은 SGV 인수 이전까지 반도체용 노광장비 시장에서 일본 캐논⋅니콘과 경쟁체제를 유지했으나, 이후 시장점유율은 물론 기술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ASML이 섣불리 SMIC에 EUV를 수출했다가 미국 기술의 ‘재수출'로 판정되면, 최악의 경우 ASML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ASML의 EUV 장비. /사진=ASML
ASML의 EUV 장비. /사진=ASML

따라서 미국 상무부 제재가 지속되는 한 SMIC는 10nm 이하 선단공정에 대한 투자는 물론, 레거시 공정에 대한 생산능력 증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미 SMIC와 화웨이 간 거래가 끊기면서 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1% 감소할 것”이라며 “향후 생산설비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팹리스, SMIC 주의보

 

SMIC에 대한 미국 제재가 공식화하면서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동안 미 행정부 제재는 자국 업체와 동맹국 기업에까지 동일하게 적용돼 왔다. SMIC와 계속 거래하다가는 덩달아 제재를 받을 위험이 크다. 상무부 수출관리규정(EAR)은 미국산 제품이 아니더라도 미국 기술⋅소프트웨어(SW)가 25% 이상 사용됐다면 전체를 미국산으로 간주한다(KIPOST 2019년 5월 21일자 <미국 상무부 EAR 최소편입비율 가이드라인> 참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설계부터 제조에 이르는 생태계 전반적으로 미국 기술이 편입되지 않은 분야가 드물다. 팹리스 자체적으로 설계한 반도체라도 SMIC에서 위탁생산한 제품은 판매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SMIC의 파운드리 생산능력. 200mm 공정 비중이 상당하다. /자료=EE타임즈
SMIC의 파운드리 생산능력. 200mm 공정 비중이 상당하다. /자료=EE타임즈

파운드리 위탁생산 과정이 칩 디자인부터 양산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팹리스 업체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칩 디자인에 들어갔거나, 양산을 준비 중이라면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할 위기다. 그나마 300㎜ 웨이퍼쪽은 여유가 있지만, 200㎜ 웨이퍼를 이용하는 공정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능력이 태부족이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200㎜ 공정 가동률은 모든 업체가 90%를 넘어 100%에 육박한다”며 “미국이 제재할 조짐을 보이자 SMIC에 생산을 위탁했던 업체들이 대안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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