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드파티 게임 적극 유치하기로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하는 경쟁사와 반대

구글이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스태디아’를 위해 추진했던 자체 개발 게임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대신 외부 게임 개발사(서드파티)를 적극 유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그러나 게임⋅동영상 등 콘텐츠 플랫폼 육성에 오리지널 콘텐츠 다양성이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엑스클라우드)⋅엔비디아(지포스나우)⋅애플(아케이드) 등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글 스태디아 전용 게임 컨트롤러. /사진=구글
구글 스태디아 전용 게임 컨트롤러. /사진=구글

구글 “스태디아 자체 게임 개발 중단”...경쟁 플랫폼과 정반대

 

구글 스태디아 부문 책임자인 필 해리슨 부사장은 1일(현재시간) 블로그를 통해 “내부 개발부서(스태디아 게임 앤드 엔터테인먼트)가 진행하던 독점 콘텐츠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태디아의 기술을 이용해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태디아에 독점 공급하기 위한 게임 개발을 멈추고, 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게임을 유치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저명한 게임 개발자로, ‘어쌔신 크리드’ 개발에 참여했던 제이드 레이먼드 역시 회사를 떠난다. 

구글의 자체 게임 개발 중단 방침은 게임을 비롯해 대부분의 메이저 콘텐츠 플랫폼들이 취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다. 엔비디아⋅애플은 게임 플랫폼 론칭 이전부터 독점 게임 유치에 집중했다. 지난해 MS는 86억달러를 들여 제니맥스를 인수해버렸다. 제니맥스는 베데스다를 비롯한 게임 콘텐츠 개발사를 거느리고 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의 OTT(동영상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 경쟁력 역시 타사에서 볼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나온다. 두 회사 모두 매년 수조원을 들여 독점 콘텐츠를 공급한다.

제이드 레이먼드 구글 상무. 스타디아 G&E를 이끈다. /사진=구글 GDC 공식 영상 캡처
제이드 레이먼드 구글 상무. 스타디아 자체 게임 개발을 이끌었으나 최근 회사를 떠났다. /사진=구글 GDC 공식 영상 캡처

이 때문에 구글이 스태디아 서비스 자체를 접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도 서비스 품질이 낮은 탓에 이용자 수가 미미한데, 독점 게임마저 포기한다면 스태디아 구독 유인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성과가 미진하다며 클라우드프린트⋅행아웃⋅패브릭⋅하이어 등 4개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한 게임 퍼블리싱 업체 임원은 “플랫폼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해왔던 구글의 전례를 보면 구독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스태디아는 플랫폼 내에서 결제한 게임만 클라우드 접속을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다른 게임 플랫폼인 스팀이나 지포스나우 등에서 결제한 게임은 플레이할 수 없게 막혀 있다. 만약 구글이 스태디아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스태디아 내에서 결제했던 게임은 더 이상 플레이할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서드파티 게임 유치, 성공 어려워

 

서드파티 게임 유치를 통해 콘텐츠 다양성을 강화하겠다는 구글의 전략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플랫폼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된 게임 스튜디오들은 멀티 플랫폼 전략이 기본이다. 

최대한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론칭해야 잠재적인 사용자 풀(Pool)을 넓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드파티 게임을 유치하더라도 독점적으로 유치하지 않는다면 이용자 ‘락 인(Lock in)’ 효과는 떨어진다. 이용자를 스태디아 울타리에 묶어 놓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MS는 지난해 제니맥스 스튜디오를 인수해 자체 게임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사진=MS
MS는 지난해 제니맥스 스튜디오를 인수해 자체 게임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사진=MS

종종 독립 스튜디오도 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 등을 통해 독점적으로 론칭했다가, 시차를 두고 멀티 플랫폼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처럼 이미 입지를 굳힌 플랫폼에서만 가능하다.

2019년 출시 당시만 해도 게임 산업 판도를 바꿔 놓을 것 같던 스태디아는 낮은 서비스 품질에 비싼 구독료 탓에 이용자를 크게 늘리지 못했다. 구글은 공식적으로 스태디아 활성 이용자수를 공개한 적이 없는데, 업계 추정으로는 200만명에 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AU(월간 순이용자수) 1억2000만명 수준인 게임 플랫폼 ‘스팀’과는 큰 격차다.

인디 게임 개발사를 운영하는 이상훈씨는 “게임 플랫폼도 승자독식 성격이 강하게 지배하는 시장”이라며 “독점 콘텐츠를 포기한 상황에서 판도를 역전시킬 방안은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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