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시스템 구축 주요 과제
선단공정 단시간 어려워
TSMC와 구도⋅타깃 시장 변수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사훈이다. 이는 파운드리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을 함축한다. 파운드리 고객은 팹리스다. 고객은 경쟁사가 아닌 파트너다. 고객이 설계도를 맡길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고객이 요구하는 맞춤 서비스를 A부터 Z까지 제공하는지가 사업 성패를 가른다.  

인텔이 3년 만에 파운드리 사업 재개를 선포했다. 인텔은 2013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018년 말 철수한 바 있다. 불과 3년 만에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면, 인텔도 과거와 같은 공식으로 사업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텔 오리곤 팹./사진=인텔
인텔 오리곤 팹./사진=인텔

한 번 실패한 파운드리, 새로운 성공 변수는

인텔은 2018년 말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했다. 당시 인텔은 국내 팹리스 몇 곳과도 파운드리 수주를 논의했으나 결국 거래가 성사되지는 못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겸업하는 인텔 파운드리에 대한 신뢰 부족 때문이었다. 업계는 당시 사업 철수 원인을 파운드리 에코시스템에 대한 인텔의 준비 부족으로 평가한다. 

한 글로벌 EDA업체 대표는 "인텔 파운드리는 과거 삼성전자 파운드리처럼 고객 신뢰를 얻지 못했다. 설계도를 맏기는 부분에 대해 팹리스들이 인텔을 완전히 믿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에코시스템이 준비도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팹리스에게 설계도를 건네는 것은 민감한 문제다. 인텔과 팹라인 일부를 공유하는 인텔 파운드리에 고객사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삼성전자가 2017년 시스템LSI사업부 내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자적인 사업부로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팹리스 대표는 "당분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겪었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파운드리에서 승부를 보려면 팹리스들이 믿고 맏길 수 있는 퓨어플레이 파운드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IP(설계자산) 포트폴리오 구축 역시 중요한 과제다. 또 다른 팹리스 대표는 "CPU(중앙처리장치)에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팹리스들에게 필요한 IP들이 있을 수 있다"며 "고객 각각 자사에 필요한 IP들이 있는데 인텔 파운드리에 포팅(이식)돼 있어야 한다. 이는 파운드리 사업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 1⋅2위인 TSMC⋅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IP 생태계 구축에 노력했다. TSMC는 오랜 기간 IP 파트너십을 통한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삼성전자 역시 파트너사들이 다양한 IP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더욱이 IP 포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신규 공정마다 IP들을 다 포팅하고, 시장에서 쓰일 수 있는 IP인가를 검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공정 셋업에 2-3년이 걸린다면 그 이후 IP 포팅 검증까지 또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 반도체 공학과 교수는 "TSMC 관련 업체들의 경우 IP확보가 유리하다"며 "인텔이 협력할 수 있는 업체들이 많겠지만 IP 구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단공정, 단시간에 가능할까

선단공정 역시 중요한 과제다. 현시점에서 선단 공정은 7nm(나노미터) 이하 EUV(극자외선) 노광기술이 동원되는 공정을 뜻한다. 대형 고객사가 파운드리 업체를 평가할 때 보는 주요 기준 중 하나다. 삼성전자⋅TSMC는 모두 2022년에 3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반면 인텔은 7나노급 공정 개발에서 기술적 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 7나노 이후 미세공정 진입은 인텔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GPU(그래픽처리장치)⋅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의 발전으로 7nm 이하 미세공정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2019년 위험생산을 시작한 삼성과 TSMC 5나노 공정과 인텔의 10나노 공정 비교. /자료=IC Knowledge 
2019년 위험생산을 시작한 삼성과 TSMC 5나노 공정과 인텔의 10나노 공정 비교. /자료=IC Knowledge 

그러나 업계는 현재 10nm 공정 기술에 머물러 있는 인텔이 단숨에 선단공정으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한 디자인하우스 임원은 "단계를 건너뛰고 3nm⋅5nm급 선단공정으로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2023년 경쟁은 2나노⋅3나노일 것인데 그때 인텔이 준비가 된다면 선단공정이 아닌 이미 지난 공정을 뒤쫓아가는 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선단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타깃에 집중하면서 자사 파운드리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가능하다. 일단 10nm에 주력해, 선단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업체들을 타깃하는 것이다. 한 팹리스 대표는 "선단공정이 아니라 그 이외 시장을 타깃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예컨대 2025년 선단공정이 2나노⋅3나노라면 굳이 선단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업체들에게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 전략 역시 선단공정에 강점이 있는 TSMC와 경쟁 관계를 구축하기보다, 구체적인 회사 몇 곳을 타깃해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펫 겔싱어 CEO는 온라인 브리핑에서 아마존과 시스코시스템즈⋅퀄컴⋅MS(마이크로소프트)도 잠재적 고객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겔싱어 CEO는 "우리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노력을 지지하는 고객들이 존재한다"며 "각 고객 규모에 맞는 프로세스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펫 갤싱어 CEO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에 대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고, 그 결과 파운드리 사업이 취약했다"며 "더 가속화된 투자를 할 것이고,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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