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향배에 따라 세계 반도체 시장 요동칠 듯...매각보다 IPO가 우선이라는 관측도

지난 2월 기공식을 가진 키옥시아 요카이치 공장 최첨단 팹 7 완성 이미지/키옥시아 제공
지난 2월 기공식을 가진 키옥시아 요카이치 공장 최첨단 팹 7 완성 이미지/키옥시아 제공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각각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2위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곧이어 키옥시아는 매각에 앞서 그동안 미뤄왔던 기업공개(IPO)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수퍼 사이클 진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키옥시아의 향후 진로에 따라 낸드플래시 시장도 한차례 요동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 인수 추진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올해 늦은 봄 인수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베인캐피탈이 관리하는 키옥시아의 인수 거래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키옥시아 기업가치는 약 300억달러(33조8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나 기업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까지 시장에서는 키옥시아의 기업가치가 20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키옥시아는 지난 2017년 일본 도시바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낸드플래시 사업을 분사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지난 2018년에는 지분 59.8%를 180억달러에 한·미·일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미국 투자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과 일본 광학장비업체 호야가 각각 49.9%, 9.9% 지분을 차지했다.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가 약 4조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애플, 델 테크놀로지, 시게이트 등이 참여했다. 모회사인 도시바 지분은 40% 정도다.

앞서 키옥시아는 지난해 도쿄 증시 상장을 추진하다가 상장 목표 한 달을 앞둔 9월 시장 변동성 등을 이유로 기업공개(IPO)를 연기했다. 당시 키옥시아의 가치는 160억달러로 거론됐다.

이번 인수 의향자로 거론된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키옥시아와 합작 공장을 운영하는 등 주요 제품 개발 및 양산을 협업해왔다. D램 사업 의존도가 높은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176단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공개하면서 낸드플래시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의 키옥시아 인수 가능성이 커지자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에 투자하고 있는 약 4조원의 투자금의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이미 지난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데다 키옥시아 지분 투자만으로는 지적재산권(IP), 핵심 기술 등 전략적 협업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인텔 낸드플래시 인수 통합 결정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연말까지 인텔 낸드 인수를 위한 중도금을 위해 약 8조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은 약 3조원가량이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및 투자자산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현금성자산은 4조9482억원 수준이다. 예정된 2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까지 고려하면 현재까지 약 7조원의 현금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여전히 3조원 가량의 인텔 인수 잔금이 더 필요하고, 올 하반기 M16 공장 가동에 따른 추가 투자를 고려하면 더 많은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

반면 현재로선 SK하이닉스가 지분을 유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키옥시아의 지분 평가 이익이 1조7160억원에 달했다.

어찌됐건 키옥시아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는 세계 반도체 시장은 또 한번 큰 격변을 겪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3.4%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기간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11.6%로 4위에 그치지만, 인텔의 낸드 시장 점유율 8.6%를 더하면 업계 2위 수준의 20.4%에 달한다. 이 기간 키옥시아가 19.1%로 2위를, 웨스턴디지털(14.3%)은 3위, 마이크론(11.1%)이 5위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날 WSJ 보도와 달리 키옥시아가 그동안 연기했던 IPO를 우선 추진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 업계 사정에 밝은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키옥시아가 잠재적 해외 인수자측과 접촉하거나 규제 승인을 얻는 쪽보다 빠르면 올 여름께 IPO를 추진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만약 인수가 추진될 경우 각국 규제 장벽에 직면해 거래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고도 보도했다. 또한 갈수록 자국내 반도체 산업이 쇠락하는 상황에서 일본 당국으로서도 최후의 보루인 키옥시아를 해외에 쉽게 넘겨주기는 어렵다. 키옥시아측은 블룸버그에 “추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IPO를 위한 적절한 시기를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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