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프에이, 증착장비 1대 공급 후 프로젝트 중단
코오롱인더, 대금 결제 문제 탓 관계 청산
SK아이이티, 코오롱인더 빈자리 꿰차...관계 지속은 불투명

중국 신생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이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서 ‘계륵’으로 전락했다. 각종 투자 계획에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까지, 청사진은 거창했지만 현실화 된 성과가 거의 없어서다.

국내 장비사가 증착기를 공급했던 프로젝트가 중단되는가 하면, 일부 소재 업체는 대금 분쟁도 겪었다.

로욜이 지난 2018년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 /사진=로욜
로욜이 지난 2018년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 /사진=로욜

에스에프에이, 5.5세대 증착기 수주 후 중단

 

로욜은 지난 2012년 미국 스탠포드대 출신들이 설립한 디스플레이 업체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생산라인은 중국 선전을 중심으로 구축했다. 

로욜이 업계 이목을 끌기 시작한 건 지난 2017년을 전후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직접 개발한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다. 디스플레이 업력이 불과 5~6년 밖에 안 된 시점에 조단위 양산 투자를 발표해 이 때부터 반신반의하는 관계자가 많았다.

에스에프에이의 5.5세대 OLED용 증착장비. /사진=에스에프에이
에스에프에이의 5.5세대 OLED용 증착장비. /사진=에스에프에이

결과적으로 지난 2017년 로욜이 선전에 짓기로 한 5.5세대(1300㎜ X 1500㎜) OLED 라인 건설 프로젝트는 3분의 1만 완성된 채 중단됐다. 당초 기판투입 기준 5.5세대 월 4만5000장 수준으로 짓기로 했던 공장은 1만5000장 정도까지만 투자됐다. 

당시 에스에프에이가 OLED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증착장비를 수주했고, AP시스템은 레이저탈착(LLO) 장비를 수주했다. 

통상 각 OLED 라인별로 앞서 도입한 동일한 브랜드 장비를 구매한다는 걸 감안하면 에스에프에이⋅AP시스템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영업 담당자는 “로욜이 주식시장 상장에 실패하면서 투자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5.5세대 1번 라인 투자 이후 계획은 백지화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오롱, 투명 PI 공급 관계 청산

 

국내 투명 PI(폴리이미드) 업계는 로욜과 악연이 깊다. 로욜은 지난 2018년 11월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며 ‘플렉스파이’를 선보였다. 당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를 내놓기도 3개월 전이다. 

창업부터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밝힌 만큼, 당시 가장 양산에 앞섰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로욜의 첫 투명 PI 공급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로욜은 투명 PI 공급사를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SK아이이티(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교체했다. 정확하게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로욜과의 협력을 청산하면서 SK아이이티가 빈 자리를 접수한 것이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코오롱인더스트와 로욜 간 관계가 틀어진 건 대금결제 때문이다.

코오롱언더스트리는 중국 시장에 직접 영업하지 않고, 대리점(에이전시)을 통한 ‘바이 앤드 셀(Buy and Sell)’ 방식으로 투명 PI를 공급한다. 대리점이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투명 PI를 직접 매입해 이윤을 남기고 OLED 업체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중국 대리점이 로욜로부터 투명 PI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중국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로욜이 투명 PI 대리점에 지급하지 않은 대금만 50억원에 육박한다”며 “이 때문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로욜과의 관계를 청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대신 로욜 협력사 자리를 꿰찬 SK아이이티와의 관계도 지속할 지 미지수다. 로욜이 지난해 플렉스파이 2세대 모델도 내놨지만, 이렇다 할 판매고는 없는 탓이다. 로욜이 제대로 양산하지도 않는 폴더블 신제품을 내놓을 건 판매보다는 중국 정부 보조금을 타 내기 위한 과시용에 가깝다.

로욜이 아직 안정적 사업모델이 없다 보니 소재⋅부품⋅장비 대금 결제를 미루거나 악성 채권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플렉스파이 2세대. /사진=로욜
플렉스파이 2세대. /사진=로욜

중국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 대표는 “로욜은 투자 계획과 제품부터 내놓고 펀딩을 받으러 다니는 회사”라며 “거래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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