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OS로 추상화 된 API제공
차량 부가가치, TCO로 산정
도요타⋅폴크스바겐 자체 OS 개발 가속

"노키아처럼은 되지 말자" 최근 자동차 업계 화두다. 

노키아는 휴대폰이 컴퓨터로 변화할 미래를 간과했다. 피처폰 거인 노키아가 몰락하기까지 단 5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노키아가 피처폰이라는 과거에 머무는 사이, 독자 OS(운영체제) ‘iOS’를 개발한 애플은 미래를 선점했다. 

자동차 업계가 OS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선두는 테슬라다. ECU(전자제어장치)를 단 3개로 줄인 근원적 힘은 모든 기능을 중앙에서 통합 제어하는 자사의 독자 OS다. 테슬라가 모빌아이⋅엔비디아로부터 독자노선을 걷기로 한 이유다. 

테슬라 차체 모형도./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차체 모형도./사진=테슬라 홈페이지

독자 OS로 추상화된 API제공

테슬라의 차량 OS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성능⋅제어 부문에서 타사를 앞서 가게 한 핵심이다. ECU 통합을 통해 차체를 효율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OTA(Over-The-Air) 업그레이드로 차량 성능을 개선한다.  

독자 OS는 ECU 통합과 맞물려 있다. 수백개에 달하는 ECU는 엔진 제어, 차체 제어, 에어백 제어 등 각각의 ECU별로 이와 맞물리는 OS가 세트 형태로 탑재된다. 각각 탑재된 소형 컴퓨터들은 독립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한 다음 중앙으로 처리해 연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스마트폰⋅PC 등 단말기처럼 기능을 중앙집중화된 OS를 통해 제어할 필요성이 높아진 이유다.

한 자율주행관련 업체 CTO는 "기존에는 ECU⋅OS가 분리되지 않아 통합된 형태로 각 회사에서 함께 납품하는 형태였다"며 "차량 OS는 ECU⋅OS를 분리해 통합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하나의 추상화된 API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자동차 아키텍처 전망./자료=한국자동차연구원

동시에 OS는 OTA기능을 통해 차량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원동이다. OTA는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자동 업데이트처럼,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한다. 보안 업데이트도 상시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차량 일부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에 한정되지 않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의 강점은 OTA 기능을 통해 펌웨어까지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존 내연차처럼 차량 성능이 고정되지 않고, 실시간 새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성능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OTA는 내비게이션 등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주행 성능까지 업그레이드한다. 최근 OTA만으로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s 가속)은 0.5초 단축됐다. 

하드웨어 중심 기존 내연차의 판매 전략은 변화하고 있다. 기존 차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이제 차량의 부가가치는 소유의 총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으로 산정된다. 신차 구매는 최신 하드웨어 부품과 최신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것에 가깝다. 테슬라 모델 S의 경우 외관이나 구동계는 이전 모델과 거의 유사하다. 차량 내부에 탑재된 CPU(중앙처리장치)만이 구형일 뿐이다. OTA기능을 통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테슬라의 차량은 항상 최신버전으로 유지된다. 

이는 테슬라의 주요 수익모델 중 하나다. 테슬라는 OTA를 통한 자율주행 기능 개선을 유료 서비스로 판매한다. 차량 구매 이후에도 추가 금액을 내면 기본 주행보조 기능 '오토파일럿'에 더해 'FSD(Full Self Driving)'를 이용할 수 있다. 오토파일럿은 레벨2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이다. 이보다 한 차원 높은 FSD라는 이름의 완전자율주행 기능은 900만원의 추가 비용으로 장착해 준다. 

후발주자로 나선 자동차 업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도 후발주자로 독자OS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재 소프트웨어는 현재 정해진 OS가 존재하지 않고, 각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OS를 개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차량 OS인 'vw.OS'와 도요타의 독자 OS인 'Arene'이 대표적이다. 

폴크스바겐과 도요타는 각각 소프트웨어 개발인력만 1만명 이상을 확보해, 독자 OS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 어드밴스트-디벨롭먼트(TRI-AD)의 자율주행./TRI-AD 홈페이지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 어드밴스트-디벨롭먼트(TRI-AD)의 자율주행./자료=TRI-AD 홈페이지

도요타는 2022년까지 '소프트웨어 퍼스트' 체제로 이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8년 도요타가 설립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인 TRI-AD(Toyota Research Institute-Advanced Development)는 독자 OS인 'Arene'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WS(아마존웹서비스)와도 협업하고 있다. 도요타는 AWS의 클라우딩 컴퓨팅 서비스를 활용해  전 세계에서 판매한 차량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폴크스바겐 역시 차량 내 소프트웨어 통합을 추진해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폴크스바겐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는 전담조직인 ‘카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카소프트웨어 조직은 지난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헬라 아글라이아 모바일 비전의 전방 카메라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을 인수한 바 있다. 이 조직은 자사 OS인 'vw.OS'를 개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순수 전기차 ID.4에  'vw.OS'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의 대응도 시급하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성 스마트폰의 경우 결국 내부 OS는 안드로이드를 사용한 것이 약점이었다"며 "미래 모빌리티 변화의 최상부에는 AI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022년부터 자사 모든 차량에 엔비디아의 차량용 반도체 및 OS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2015년부터 '엔비디아 드라이브'라는 명칭의 차량용 반도체와 OS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인재를 육성하고, 소프트웨어 티어1을 육성해 독자적인 OS 및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훈 한국자동차연구원 스마트카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OS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역량이 전혀 없고 이를 공급하는 회사들의 지배력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프트웨어 티어1을 육성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차량 개념도. /자료=NXP
자율주행 차량 개념도. /자료=NXP

현대모비스 역시 지난 3월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발 협력 오픈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현대오트론⋅텔레칩스⋅토르드라이브 등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사들이 참여한다. 공동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차량 구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표준화⋅공용화⋅모듈화하는 통합제품이다. 인식 알고리즘, AI 컴퓨팅 등 자율주행 분야와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플랫폼 표준화 개발에 협력한다. 

그러나 더 다양한 팹리스들이 플랫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평가다. 한 자율주행 관련 업체 대표는 "내연차 중심에서 OS중심 생태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더 다양한 티어1을 육성하고, 생태계 안으로 진입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도 "차량 스마트기능이 극대화되면서 결국 누구 OS를 쓰느냐가 미래 모빌리티 키워드"라며 "현재는 인수합병이나, 타사 제품을 채택하는 단기적 전략에 한정돼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인재를 양성해 독자적인 OS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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