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미러로 광학계 이슈 해결
오큘러스, 퀄컴 XR2칩으로 가격 낮춰
통신업계 AR⋅VR 기기 보급 고심 중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Metaverse is coming)."

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의 변혁 이후는 무엇일까.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는 다음 세대 변혁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지목한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상'을 의미하는 'verse'의 합성어다. 메타버스 시대에서 현실과 초월적 세계는 분리되지 않는다. AR글래스와 같은 하드웨어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업계가 메타버스 시대 진입을 준비 중이다. 

영화 '레디플레이원' 이미지./사진=warner bros pictures

핀미러로 광학계 이슈 해결한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털은 2022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시장이 1050억달러(117조2850억원)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AR이 86%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 역시 2023년 기준 AR 헤드셋 출하량이 319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VR은 객체와 배경·환경 모두 현실이 아닌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반면 AR은 현실의 이미지·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국내 스타트업 레티널(LetinAR)은 2016년부터 메타버스 시대 진입을 준비해왔다. 현실과 가상 현실 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AR 글래스를 개발한다.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AR⋅VR시장 진입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지만 시장은 예상만큼 성장하지 않았다. 대중화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착용감⋅사용성⋅멀미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소비자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레티널 'AR글래스'./사진=레티널

레티널은 이러한 광학계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고민해왔다.

김재혁 레티널 대표는 "2015년 이후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가 광학계 이슈였다"며 "실제 안경처럼 쓸 수 있는지, 어지러움증은 없는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시장이 주춤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레티널의 핀미러는 얇은 렌즈 사이에 1밀리미터보다 작은 크기의 거울을 넣어 가상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AR 이미지는 렌즈 주변에 장착한 디스플레이에서 프로젝터처럼 조사된다. 렌즈 부피는 줄이고 시야각은 넓힐 수 있었던 이유다. 초창기 구글 글래스는 큰 프리즘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부자연스러운 안경 디자인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김재혁 대표는 "크기는 줄이면서 좋은 성능을 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일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가벼운 안경 같은 디자인에 크고 깨끗한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레티널의 핀미러는 71도의 넓은 시야각을 가진다. 최대 시야각 55도의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최대 66% 넓은 화면을 제공한다는 것이 레티널 측 설명이다. 한쪽 눈당 4K 해상도를 합쳐 총 8K 해상도를 구현한다. 김재혁 대표는 "고객별 요구사항에 맞춰 FHD(Full-HD)급 등 맞춤형으로 구현할 수 있다"며 "기존 AR 글래스들과 비교해 18배 많은 정보량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티널 핀미러 구현 원리./자료=레티널

레티널의 핀미러는 실제 안경 렌즈에 여러개의 까만 점이 찍혀 있다. 이 까만 점이 약 45도 각도로 누워있는 초소형 거울이다. 시야각 거슬림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속눈썹이 사이즈가 작아서 평소에 뇌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렌즈의 까만점 역시 실제 착용 시에는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며 "AR 이미지를 띄우지 않을 때는 거울이 워낙 작아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티널은 2016년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이다. 증강현실 스마트 글래스용 광학계를 독자 개발한다. 김재혁 대표는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 후 2016년 레티널을 설립했다. 레티널은 지난해 8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기존 투자사인 네이버 D2SF가 후속 투자를 이어갔고, 산은캐피탈을 비롯한 금융권 투자기관 및 해외 전략적 투자사 등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총 148억원이다.

김 대표는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스마트글래스를 많이 쓸 것이다. 스마트글래스 대부분이 레티널 기술이 들어간 형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시대 준비 중인 업계

국내외 업계도 메타버스 시대 진입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글래스 출시 시점이 메타버스 시대 트리거가 될 것"이라며 "애플이 TSMC쪽에 소형 디스플레이 LED와 마이크로 LED 양산을 맡긴 것으로 안다. 상용시점이 임박했다는 징표"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2010년 중반부터 AR전담팀을 만들어 AR역량을 키워왔다. 우선 MR(혼합현실) 헤드셋 출시 후 2025년 AR글래스인 '애플글래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2017년 애플은 코닝에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 차원에서 2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코닝은 미국의 특수 유리 전문 제조 업체다. 

다른 해외 기업들 역시 AR⋅VR시장 재진격을 준비 중이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 2월 새로 출시한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는 국내에서만 사흘 만에 1만대가 판매됐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가격은 전작보다 100달러(약 11만원) 더 저렴하다. 성능은 높아지고 무게는 더 가벼워졌다.

오큘러스 퀘스트2. /사진=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사진=페이스북

업계 관계자는 "퀄컴의 XR2칩을 사용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거의 마진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VR시장 대중화를 선도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XR2는 XR용 기기 연산과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AR⋅VR⋅MR 개념을 모두 통합하고 현실과 가상 간 상호작용을 더욱 강화한 콘셉트다. 

통신업계 역시 AR⋅VR 기기 보급에 고심 중이다. 5G 초저지연⋅초광대역⋅초연결은 과거 쉽지 않았던 서비스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김재혁 대표는 "통신사들이 5G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면서 고객에게 효용을 높일 수 있는 분야를 VR⋅AR로 보고 있다"며 "이미 스마트폰 매출 정점을 찍으면서 다음 아이템을 VR⋅AR 콘텐츠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U+는 지난해 8월 AR글래스인 'U+리얼글래스' 판매를 시작했다. 중국 AR글래스 전문 스타트업인 앤리얼과 협업했다. 한 달 만에 초도물량 1천대가 완판됐다. SK텔레콤도 매직리프와 제휴해 5G 기술을 접목한 AR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2010년 창업한 매직리프는 AR글래스 등을 개발한다. 앞으로 국내 출시될 매직리프의 AR 기기에 대한 유통권도 확보했다.

김재혁 대표는"AR⋅VR시장이 성장세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며 "과거 광학계 이슈였던 시야각⋅양산성 등 문제를 얼마나 개선하는가와 동시에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킬러 콘텐츠를 내놓는 시점이 시장 성장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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