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품 제작에 머물던 국내 3D프린팅 기술
자동차·방위·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양산 확대중
정부, 3D프린팅 기술 지원에 969억원 투자

폼랩의 신형 3D 프린터 '폼 3B(Form 3B)'. /사진=엘코퍼레이션
폼랩의 신형 3D 프린터 '폼 3B(Form 3B)'. /사진=엘코퍼레이션

그동안 시제품 제작에 머물던 국내 3D 프린팅 기술이 제품 양산 수준까지 진화한다. 3D 프린터는 빠르게 시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산 제조보다는 제품 기획 단계에 주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방위산업은 물론, 바이오 산업에까지 3D 프린터가 양산용으로 도입되고 있다. 

 

"내년이면 완제품 양산 기술 모두 확보" 

3D프린팅 기술은 수년전부터 4차산업혁명 제조 분야 혁신을 이끌 기술로 주목받았다. 3D프린팅은 재료를 깎아 제품을 만드는 절삭가공이 아닌 실리콘 등의 물질을 층층이 쌓아 제품을 만들어 적층가공 기술이라고도 불린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으로는 생산이 어려운 우주⋅자동차 분야 등의 핵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세계적인 기술 기업 GE⋅지멘스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제품을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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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내 3D프린팅 출력물 주요 용도. /자료=NIP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3D프린팅 시장은 이미 완제품 생산 비중이 48.4%에 달한다. 반면 국내 3D프린팅 시장의 경우 아직까지 공공 분야로 그 활용 분야가 제한되어 있고 완제품 생산 비중이 15.7%에 그친다. 시제품 제작이 전체 용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3D프린팅 제조혁신 실증사업'은 시제품 생산이 아닌 완제품 생산만을 지원한다. 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총 10개 분야 과제를 접수해 현재 3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 담당 부서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디지털제조혁신팀 관계자는 "작년 총 4개 정도 과제가 현실적으로 구현이 가능하고 크게 양산이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또 "한 대기업 방산 분야 과제는 2022년에 양산 관련 핵심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내년부터는 생산 시설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3D 프린터로 코로나 진단 제품 생산...관리자 1명이면 충분 

국내 3D 프린터 전문 유통업체 엘코퍼레이션 임준환 대표는 "3D 프린터는 비교적 소형이고 빠른 생산이 필요한 제품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의료용 테스트기 전문 업체 몰로직(Mologic)은 폼랩(Formlabs)의 '폼 2(Form 2)' 프린터를 사용해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속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몰로직(Mologic)이 폼랩(Formlabs)의 '폼랩 2(Formlabs 2)' 3D프린터를 사용해 제작한 코로나19 고속 진단 키트. /자료=폼랩
몰로직(Mologic)이 폼랩(Formlabs)의 '폼랩 2(Formlabs 2)' 3D프린터를 사용해 제작한 코로나19 고속 진단 키트. /자료=폼랩

이 업체는 진단 키트와 함께 코로나19 진단용 면봉을 실제 양산해 판매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연구개발을 시작해 5월에 생산을 시작했다. 임 대표는 "불과 2~3개월만에 생산에 들어간 것"이라며 "8개월 간 총 100만개를 생산했는데 프린터 66대와 관리자 1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3D 프린터를 통한 제품 양산 움직임에 대해 임 대표는 "최근 중견급 이상 기업들로부터 관련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특히 기존 제품 디자인 설계를 적용할 경우에는 양산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3D프린팅에 적합한 디자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엔드파트가 아닌 제조 생산 라인에 들어가는 부품 또한 3D프린팅 기술이 적용되는 중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경우 최근 차량 생산에 사용되는 지그(가공 위치를 쉽고 정확하게 정하기 위한 보조용 기구) 등을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사례가 늘었다. 신제품 출시 등에 따라 생산 공정이 미세하게 변화하는데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맞춤형 공구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현대자동차 협력사들 또한 이같은 이유로 3D 프린터를 도입하고 있다. 


"결국 공정 기술 개발이 핵심"

<캐나다의 실험 설비 산업체 Nieka는 마크포지드(Markforged)의 금속 3D 프린터인 'Markforged Metal X'를 활용해 광석 샘플 분석시 사용되는 도가니 클립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연간 관련 비용을 92% 절감하고, 리드타임 또한 28일에서 4일로 대폭 감소했다. >

유한종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디지털제조혁신팀 책임은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혁신 실증사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3D 프린팅 기술의 사업성을 확인한 만큼 지원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D프린팅은 결국 제조 기술력에 따라 그 활용 수준이 좌우된다. 유 책임은 "3D 프린팅은 일상에서 쓰이는 개인 용품에서부터 우주 항공 분야의 하이엔드급 제품까지 커버하기 때문에 사실상 분야마다 전혀 다른 산업군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3D 프린팅을 통해 하이엔드급 제품을 양산하고 싶다면 장비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역량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3D 프린팅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결국 오랫동안 제조 기술력을 연구개발한 업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3D 프린팅 시장은 지난해 114억달러(약 12조70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 302억달러(약 33조7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우주⋅방위 산업 분야 적용 확대에 따른 것이다. 또한 정부는 올해 '3D프린팅산업진흥 시행 계획'을 발표하며 3D프린팅 기술 지원에 총 969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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