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멜론' 헐값 매각과 SK텔레콤 중간지주사가 풀 숙제
[현장에서] '멜론' 헐값 매각과 SK텔레콤 중간지주사가 풀 숙제
  • 안석현 기자
  • 승인 2021.04.2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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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SK가 로엔엔터를 매각하기 전 출자구조(왼쪽). 최근 SK텔레콤이 발표한 중간지주사 체제 개편안.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주)SK의 손자회사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M&A에 제약이 따른다. /자료=KIPOST
2013년 SK가 로엔엔터를 매각하기 전 출자구조(왼쪽). 최근 SK텔레콤이 발표한 중간지주사 체제 개편안.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주)SK의 손자회사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M&A에 제약이 따른다. /자료=KIPOST

# 지난 2013년 SK플래닛은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불과 2659억원에 해외 매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멜론은 국내 음원 업계 절대 강자다. 성장 잠재력 높은 플랫폼 사업이라는 점에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로엔엔터를 인수한 홍콩 사모펀드는 2년 뒤 1조원 차액을 남기고 카카오에 회사를 재매각했다. 2년 전 SK플래닛이 헐값 매각했음을 홍콩 사모펀드가 인증한 셈이다.

# SK플래닛이 로엔엔터 매각을 추진했던 건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법률상 지주회사((주)SK)의 손자회사(SK플래닛)가 자회사(로엔엔터)를 보유하려면 지분 100%를 가져야 했다. 당시 (주)SK-SK텔레콤-SK플래닛-로엔엔터 출자 구조(위 그림 왼쪽 참조)로, SK플래닛이 로엔엔터를 품고 있었다. SK플래닛으로서는 로엔엔터 잔여 지분을 모조리 사들이거나, 회사를 팔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다. 결론은 후자였고, 1조원의 기회비용을 날렸다.

# 최근 SK텔레콤이 추진하는 기업 구조개편은 당시와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이다. SK하이닉스가 (주)SK의 손자회사로 자리 잡은 현 상황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다. 공정거래법상 SK하이닉스가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지분 100%를 사들여야 한다. 인수 대상이 상장사면 100%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비상장사라도 지분 100% 인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물론 합작사 설립도 안 된다.

# 그룹 구조개편을 거쳐 SK하이닉스가 (주)SK의 자회사로 승격되면 이런 제한은 사라진다. 필요에 따라 부분적 지분 인수를 통해 여러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된다. SK머티리얼즈⋅SK실트론⋅SKC는 현재 (주)SK의 자회사인데, 앞으로는 SK하이닉스가 직접 반도체 후방 산업을 내재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파트너와 합작도 가능하다.

#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있다. 신설될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가 (주)SK와 합병을 완료해야 한다. (주)SK-SK텔레콤 중간지주사-SK하이닉스 출자 구조에서 (주)SK-SK하이닉스로 출자 단계가 줄어야 SK하이닉스가 자회사로 승격한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최근 공식 입장을 통해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다분히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주주들 눈치를 본 측면이 강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합병비율 불공정 논란이 고개들 수 있어서다.

#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SK 지분 18.44%를 보유하고 있다. (주)SK와 SK텔레콤 중간지주사를 합병하면 최 회장 지분율은 희석된다.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합병비율상 (주)SK는 고평가, SK텔레콤 중간지주사는 저평가 되어야 하는데 중간지주사 주주들이 두고볼 리 없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 이후 합병비율 공정성에 대한 학습효과는 어느 때보다 높다. 최태원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나중에 맞는 매’를 피할 도리가 없다.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 따라서 한동안은 다소 어정쩡해 보이는 중간지주사 체제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 족쇄는 이번에도 벗겨내지 못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최 회장이 연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설파해왔다는 점에서 (주)SK와 SK텔레콤 중간지주사 합병은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 앞으로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SK텔레콤 중간지주사나 (주)SK의 손을 빌려야 한다. 혹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사례처럼 완전한 형태의 합병만 제한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 SK텔레콤 중간지주사는 SK하이닉스 외에도 ADT캡스⋅11번가⋅SK인포섹⋅SK텔링크 등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린다. SK하이닉스만을 위해 지갑을 여는데는 제약이 따른다. 반도체 업계서 글로벌 합종연횡이 빈번한 이때, SK하이닉스에게 결코 유리한 지배구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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