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제어·주행 책임 인간→시스템 전환 시작
운전자 상태 인식 시스템, 주행 데이터셋 구축, 자율주행용 반도체 등
레벨3 시대 맞이하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

'완전자율주행(FSD)' 사고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테슬라 상황과 달리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보조하는 레벨2(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가 주류다. 

레벨3를 표방하는 자동차가 출시된 지는 불과 한달여다. 지난달 혼다가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고급형 세단 '레전드' 판매를 시작하며 본격 레벨3 자율주행 시대가 열렸다. 유럽의 완성차 업체 BMW,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올해 레벨3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2022년 레벨3 자율주행차를 양산한다. 

자율주행 단계별 기술. /자료=인피니언
자율주행 단계별 기술. /자료=인피니언

운전자가 항상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레벨2와 달리 레벨3 단계에서는 시스템이 개입을 요구할 때만 운전자가 개입하면 된다. 단계적으로는 한 단계 도약이지만 차량 제어와 주행의 책임이 인간에서 시스템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매우 큰 변화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관련 후방 업체들의 기술력 또한 한발짝 진일보하는 모양새다. 21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월드IT쇼(WIS) 2021'에서 레벨3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할 기술들을 만나보았다.

 
▲인공지능 3D 센싱 기술 활용한 운전자 상태 인식, 딥인사이트

3D 센싱 기술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 /자료=딥인사이트
3D 센싱 기술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 /자료=딥인사이트

딥인사이트는 3D 센싱 기술을 통한 운전자 상태 인식 기술을 소개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6월 창업 이후 아직 만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업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이미 5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글로벌창업사관학교에서 대상을 차지하고 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아마존 등이 후원하는 글로벌 AI 경진 대회인 캐글(Kaggle)에서 동메달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이미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눈에 띄는 성장세의 핵심은 기술력이다. 딥인사이트는 운전자 상태 인식에 필요한 AI 알고리즘 개발은 물론 3D 센싱 카메라용 칩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한다. ToF(Time of Flight) 기술 기반 3D 센싱 카메라의 FPGA(프로그래머블 반도체)와 ASIC(주문형 반도체) 제작에서부터 카메라 렌즈까지 설계해 기술을 최적화했다. 

현재 딥인사이트는 시제품을 완성한 상태다. 오는 7월 제품 정식 출시에 나선다. 오은송 딥인사이트 대표는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 1차 벤더사에 납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하며 "차량 대시보드 부근에 3D 센싱 카메라 1대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딥인사이트는 운전자 졸음 방지부터 시작해 향후 탑승자 상태 감시, 차량 보안 및 돌발상황 대비 등으로 기술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오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이 업그레이드 된다고 해도 인캐빈용 3D 카메라 필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 학습용 데이터셋 구축, 테스트웍스 

테스트웍스의 블랙올리브를 활용한 데이터 라벨링. /자료=테스트웍스
테스트웍스의 블랙올리브를 활용한 데이터 라벨링 작업. /자료=테스트웍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다. 많은 데이터를 구축할수록 더욱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구글 웨이모, 인텔의 모빌아이 등 현재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전세계 각지에서 도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테스트웍스는 기존의 데이터를 AI 알고리즘 개발에 적합한 학습용 데이터로 변환해준다. '라벨링'이라 불리는 작업이 핵심이다. 주행 환경 내 사람, 자동차 등 객체들을 구분하고 여기에 주석을 달아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합한 데이터를 만들어준다. 

이은영 테스트웍스 이사는 "그동안은 라벨링 작업을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했으나 테스트웍스는 블랙올리브라는 기술을 활용해 라벨링 작업을 일부 자동화했다"고 설명했다. 수집된 이미지 정보를 블랙올리브 프로그램에 넣어 자동화하고 결과물에 대한 수정·보완 등 검수 작업만 하면 고객사에게 제공 가능하다.  

테스트웍스는 자율주행용 AI 엔진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에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TRI, 자체 인공지능칩 활용 자율주행 기술 연구 진행

ETRI가 공개한 인공지능칩 AB9 PCIe 보드. /사진=KIPOST
ETRI가 공개한 인공지능칩 AB9 PCIe 보드. /사진=KIPOST

반도체 대표 연구기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자율주행 기술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칩 'AB9'를 소개했다. 해당 AI 반도체는 40TFLOPS(테라플롭스, 1초에 40조번 연산) 연산 속도를 구현한다. 한진호 ETRI 인공지능프로세서연구실 책임연구원은 AB9에 대해 "지난해 다이(die) 차원의 개발을 완료하고 이번에 PCIe 기판 형태까지 제작이 완료된 것"이라고 말했다. 

ETRI는 최근 해당 AI 반도체를 자체 자율주행 기술 연구에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당초 ETRI의 자율주행 기술 연구는 기존의 GPU 등을 활용한 서버를 활용했다. 차량 트렁크에 서버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성능이나 크기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이에 따라 AB9 칩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한 책임연구원은 "AB9 칩이 들어간 모듈을 활용해 공간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고 전했다.    

AI 반도체는 서버, 드론 등 다량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 특히 자율주행차량은 도로와 차량 내부 등에서 수집한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한 책임연구원은 이에 "AB9 칩을 하나만 사용할 경우 40조번 연산이 가능하지만 이 기판이 2개, 8개 등 복수로 들어가면 다량의 데이터를 아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에 특히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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