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
국책 과제 등 정부 지원 역시 부족

국내 중소 배터리 장비 업체들이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터리 제조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에 뒤따르는 막대한 테스트 비용 탓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배터리 장비사들, 고객사 요청에 따라 장비 스펙 조정 

롤투롤 전극 장비. /사진=eenewspower

최근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최고의 생산 효율을 위해 지속적으로 장비들을 교체하고 있다. 여타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생산 공정 역시 전극·조립·후공정 분야를 막론하고 최상의 생산 효율을 위해 복수 업체 신규 장비를 시험·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공정 장비 전문업체 원익피앤이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배터리 업체들도 공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기 시작하면서 장비 성능 향상에 대한 요구도 더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장비사들은 새 제품 개발 및 기존 장비 성능 향상을 위해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협력을 진행한다. 업체별로 원하는 성능·가용 예산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장비사들은 고객사 요청에 따라 맞춤형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정 배터리셀 업체와 긴밀하게 연계된 일부 장비사들은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고객사와 함께 개발을 논의한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초기 모델을 개발한 이후 고객사 컨택을 통해 스펙을 조금씩 수정하는 식으로 영업을 진행한다. 새 장비 개발을 위해서는 초기 비용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씨아이에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구입에만 억 단위 투자 

그러나 최근 중소 배터리 장비업체들을 중심으로 신기술 도입에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배터리 전극 공정용 믹싱 장비업체 제일기공은 최근 이 분야 최대 관심사인 연속식 믹서를 개발 중이지만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비 설계와 테스트에 투입되는 자금 때문이다. 장비 성능 점검을 위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한 번 진행하는 데 약 3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제일기공 임원은 "향후 배터리 슬러리에 솔리드한 재료 비중이 최대 90%까지 늘어나는데 여기에 가장 적합한 블레이드 강도 및 모터 구동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수차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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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극 공정. /자료=azom materials

롤투롤 전극 장비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씨아이에스는 장비 시뮬레이션에만 최대 억 단위 비용을 투입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 장비를 전문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정확도 높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구입에는 최대 억 단위가 든다"며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흔치 않아 비용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특히 롤투롤 장비 핵심 부품인 롤과 모터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롤의 내구성·변형 정도 등에 대한 테스트를 통해 성능 최적화를 진행 중이다. 연구개발 비용은 장비 종류에 따라 상이하지만 씨아이에스에 따르면 개발 초기 비용에서 시뮬레이션에 특히 높은 비용이 투자된다. 


"정부 국책 과제, 자금 충분치는 않아"

국내외서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가 시작된 지 몇년 되지 않았고, 일부 업체는 투자가 실종된 디스플레이 분야서 밀려 넘어왔다는 점에서 자금 여력이 특히 약하다.

대다수 중소 배터리 장비사들은 이러한 이유로 정부 국책 연구개발 과제에 참여 중이다. 국책 과제의 경우 충분한 자금 지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체 자체 개발보다는 확실히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출연금과 함께 참여 업체들이 일부 자금을 분담하는 구조다. 

다만 일부 업체들은 국책 과제 선정·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한다. 정부 과제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서류 작업이 번거럽고, 연차별로 예산이 삭감되는 탓에 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씨아이에스 관계자는 "정부 국책 과제들은 점차 많아지는 추세이긴 하나 정부 외 다른 연구기관들에서 먼저 제안이 오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그쪽에서 주로 연구개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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