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는 연내, 엔비디아는 내년 3월 절차 완료 계획
"현재 분위기로는 중국측 반대 가능성 커"

디스플레이 구동칩 설계전문업체 매그나칩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중국과 통상 분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계 사모펀드(와이즈로드캐피털, 이하 와이즈로드)로의 매각을 막아서면서다. 

이번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AMD와 자일링스, 엔비디아와 Arm 간에 진행되고 있는 딜도 최종 성사 가능성이 한층 희박해졌다는 분석이다. 

매그나칩 경북 구미공장 직원들이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 재료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매그나칩 제공
매그나칩 경북 구미공장 직원들이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 재료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매그나칩 제공

매그나칩 매각, 미국 반대로 무산

 

매그나칩은 와이즈로드와 유한책임출자자들이 설립한 투자회사 사우스디어본과 체결한 매각 계약을 종료한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매그나칩은 와이즈로드측과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진행해왔다.

매그나칩은 국내서 서울과 충청북도 청주에 사무실과 연구소를, 경상북도 구미에 일부 생산시설(팹)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에, 회사 주식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회사다. 최근 미국⋅중국 간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통상 분쟁을 감안, 처음부터 쉽게 허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 /사진=매그나칩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 /사진=매그나칩

다만 한편으로는 매그나칩이 생산하는 디스플레이용 구동칩과 파워솔루션이 미국 국가 안보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 매그나칩의 생산 팹도 28nm(나노미터) 이전의 레거시 공정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레 미국측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으로의 EUV(극자외선) 공정장비 수출은 원천적으로 막고 있으나, 그 이전 ArF(불화아르곤) 장비 수출은 일부 허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매그나칩의 매각은 미국 재무부와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계약 불발로 와이즈로드 측은 매그나칩에 7020만달러(약 831억원)의 위약금을 지불한다. 5100만달러를 즉시 지불하고, 나머지 1920만달러는 내년 3월31일까지 지불한다. 매그나칩은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던 매각 관련 신청서도 철회하기로 했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합병 계약이 해지된 것에 대해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매그나칩이 독립적인 법인으로서 주주를 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번 결과는 회사의 제3차 성장 전략을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적 업체의 다른 M&A 위태

 

매그나칩 매각건이 불발되면서 이후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 빅딜들도 성사 가능성이 한층 희박해졌다. 대표적인 건이 CPU 업체 AMD의 자일링스 인수건과 GPU 업체 엔비디아의 Arm 인수건이다. 공교롭게도 두 M&A 사례 모두 인수 주체가 미국 국적이다. 

이번에 미국측 반대로 매그나칩 인수에 실패한 중국으로서는 M&A에 반대할 명분이 차고 넘친다. 앞서 지난 4월 중국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건도 막아섰다. 반도체 산업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축에 속하는 매그나칩 매각건도 무산될 만큼 미국⋅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수십조 규모 M&A를 서로 허락할 가능성은 낮다.

물론 절차상 특정 국가의 승인을 받지 못해도 M&A를 진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쟁당국 승인을 득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하다.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이 가지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통상마찰이 종식되지 않는 한 앞으로 어떠한 형태의 M&A도 쉽게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리사 수 AMD CEO. /사진=AMD
리사 수 AMD CEO. /사진=AMD

지난해 9월 엔비디아는 Arm 인수계약 체결 사실을 알리면서 각국 경쟁당국 승인을 획득하는데 18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 3월 안에 절차가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우방인 영국도 최근들어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갈수록 딜 완료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AMD와 자일링스 간 거래는 현재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의 2단계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MD는 올해 안에 인수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현재의 분위기로는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 반도체업체 임원은 “반도체 분야 M&A에서 실제 독과점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며 “미국과 중국이 서로가 결부된 건에 대해서는 경쟁 요소를 배제하고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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