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14nm 공정까지 지원하는 장비
KrF, 3D 낸드플래시 투자에 동원
"미국 뜻 관철되면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 끝"

미국이 네덜란드 정부로 하여금 ASML의 ArF(불화아르곤) 및 KrF(불화크립톤) 노광장비 수출까지 금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rF는 EUV(극자외선) 도입 이전까지 가장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던 노광장비며, KrF는 3D 낸드플래시 제조에 사용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돈 그레이브스 상무부 부장관이 5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네덜란드를 방문해 ASML의 DUV(심자외선) 노광장비의 중국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DUV 노광장비는 EUV가 양산에 적용되기 전 가장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인 장비다. 대표적으로 193nm 파장의 Arf와 248nm 파장의 KrF가 있다. 이들 장비는 EUV 보다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여전히 다양한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된다. 

처음 EUV 공정이 도입된 7nm 공정만 보더라도 EUV 노광장비가 사용되는 레이어는 극히 일부며, 나머지는 여전히 DUV 장비들이 사용된다.

7nm 반도체 단면. 여전히 많은 부분이 DUV 장비를 이용해 제조된다. /자료=ASML
7nm 반도체 단면. 여전히 많은 부분이 DUV 장비를 이용해 제조된다. /자료=ASML

그동안 미국 정부는 EUV 설비의 중국 수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금지하면서도 DUV는 대 중국 판매를 허용했다. 덕분에 SMIC 등 중국 내 파운드리 업체들이 14nm 등 7nm 이전 팹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만약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네덜란드가 DUV 설비에 대한 중국 수출을 금지할 경우 중국 내 반도체 투자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중국 우시 D램 공장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나 시안 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내로 반도체 장비 통관이 막히면 더 이상의 설비 투자가 불가능하다. 매년 수반되는 보완 투자도 어렵게 된다.

EUV가 ASML 독점 품목인 것과 달리, DUV 노광장비는 일본 니콘도 일부 판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니콘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중국 수출을 금지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인 SMEE(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큅먼트)가 28nm 공정용 ArF 설비를 개발했다고 공표했으나, 실제 양산에서의 성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아직은 반도체 후공정용 노광 장비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 대만경제연구원(TIER)의 존슨 왕 애널리스트는 노광장비는 중국이 가장 대체하기 힘든 장비여서 노광장비 해외 조달이 막히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도 멈춰 설 것으로 전망했다.

ASML EUV 노광장비에 장착된 광원. 네덜란드 정부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사이머의 통관을 막아 뜻을 관철할 수도 있다. /사진=사이머
ASML EUV 노광장비에 장착된 광원. 네덜란드 정부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사이머의 통관을 막아 뜻을 관철할 수도 있다. /사진=사이머

다만 네덜란드 정부는 독일⋅벨기에에 이은 3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관계 훼손에 대한 우려로 아직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은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대해 ASML의 대변인은 DUV 노광장비 중국 수출 금지 논의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면서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문에 대해 논평하거나 추측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 정부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ASML에 노광장비 광원을 공급하는 사이머(Cymer, 미국 업체)의 통관을 막는 방법으로 뜻을 관철할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이 다자간의 협력을 통한 해결을 선호하는 만큼 우선은 네덜란드 정부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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