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듀테륨 100% 해외 의존...1L에 60만원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국내 생산 제한 관건

LG디스플레이가 중수소 기술의 핵심 원재료인 산화듀테륨(D₂O) 국산화를 추진한다. 중수소 기술을 활용해 만든 OLED 패널 ‘OLED.EX’는 기존 패널 대비 휘도(밝기)를 30% 개선했지만, 원천 소재인 D₂O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다만 D₂O는 원자로 감속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생산⋅유통에 제약이 크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국산화의 관건이다.

 

LG디스플레이, 국내 I사와 D₂O 국산화 프로젝트

 

LG디스플레이가 OLED.EX 생산에 사용하는 중수소 청색 호스트 재료는 미국 듀폰에 이어 지난해 LG화학이 공급망에 진입함으로써 이미 이원화됐다. 다만 LG화학이 생산하는 중수소 청색 호스트는 해외에서 수입한 D₂O 용매에 자사가 생산한 청색 재료를 섞어 공급하는 구조다. 결국 중수소 청색 호스트의 휘도 개선 등 주요 기능을 구현하는 핵심은 D₂O이지만, 이는 100% 해외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D₂O는 중수(重水, Heavy Water)로도 불리며, 일반적인 경수(H₂O)와 성질은 비슷하다. 수소 원자가 일반 수소보다 무거운 동위원소인 중수소로 치환된 형태다. 

원래 듀폰에서 단독 공급하던 중수소 청색 호스트는 종전 재료 대비 가격이 2~3배 비쌌다. 지난해 LG화학으로 벤더가 이원화 됐음에도 여전히 공급단가는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수급이 제한된 D₂O를 매번 수입해 써야 하기 때문이다. 

경수에 중수로 얼린 얼음을 넣으면 사진처럼 가라 앉는다. 수면에 떠 있는 얼음은 경수로 얼린 얼음.
경수에 중수로 얼린 얼음을 넣으면 사진처럼 가라 앉는다. 수면에 떠 있는 얼음은 경수로 얼린 얼음.

세계적으로 D₂O를 생산하는 국가는 러시아⋅미국⋅인도⋅캐나다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D₂O는 원래 원자로 감속재로 쓰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생산⋅유통이 엄격하게 관리된다. 특정 국가가 만들거나 수입할 수 있는 양도 쿼터가 정해져 있어 안정적인 수급망을 구축하는 것도 어렵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로 가동에 쓰기 위해 캐나다로부터 수입하는 중수 가격은 1L에 6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OLED.EX를 통해 OLED 패널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LG디스플레이로서는 앞으로 중수소 재료 사용량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원재료인 D₂O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 화학소재 전문업체 I사와 D₂O 자체생산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D₂O를 생산하는 방법은 황화수소법이나 암모니아법 같은 화학교환법이 일반적이며, 전기분해법과 증류법 등도 사용된다. LG디스플레이와 I사는 전기분해법을 통해 D₂O를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분해법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순도 높은 D₂O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수소원자(왼쪽)와 중수소(가운데). 오른쪽은 삼중수소의 원자모형이다.
일반적인 수소원자(왼쪽)와 중수소(가운데). 오른쪽은 삼중수소의 원자모형이다.

한 유기재료 산업 전문가는 “WOLED는 휘도 측면에서 LCD 대비 불리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중수소 기술을 이용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며 “향후 원가절감 측면에서 D2O 국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묶인 D₂O 생산 제한

 

다만 앞선 설명처럼 D₂O의 생산⋅유통 관련 규제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지난 1956년 처음 체결되고, 가장 최근에는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핵물질 ▲감속재 물질 ▲부산 물질 ▲장비 및 구성품의 생산⋅이용해 대해 엄격하게 규정한다. 여기서 감속재 물질이 의미하는 바가 D₂O다. 

해당 협정에 따라 국내서 D₂O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 원자력발전 비중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30%에 근접하지만, 한수원조차 D2O를 해외서 수입해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유기재료 산업 전문가는 “한미 원자력협정 상에도 평화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일부 D₂O를 생산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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