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스케줄상 7.5K 추가 가능성은 아직 낮아

와이엠씨는 이달 중순 삼성디스플레이와 440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제조설비 해체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8.5세대(2200㎜ X 2500㎜) LCD 생산설비를 걷어내고 8.7세대(2290㎜ X 2620㎜) OLED를 제조하기 위해 공간을 비우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계약기간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다. 

 

L8 라인 4분의 1 해체에 대한 계약

 

이번 와이엠씨와 삼성디스플레이 간 계약은 L8 위층(3⋅4층) 가운데 절반을 해체하는 게 골자다. 총 4개 공간으로 구성된 L8의 4분의 1에 대한 해체 계약인 셈이다.

L8 아래층(1⋅2층)의 절반은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 라인이며, 나머지 절반은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철거 중인 이 공간과 위층 절반을 비운 공간을 합쳐 8.7세대 OLED 생산라인을 들일 계획이다(위 그림 녹색 사각형 안).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L8 위층의 설비들을 중고로 매각해 일부 수익화 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끝내 매수자를 찾지 못했고, 장비들을 폐기 처리하기로 했다. 그만큼 8.7세대 OLED 라인 투자 공간 확보가 촉박했다는 의미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내년 중 증착장비가 반입될 예정이라 연말까지 철거를 끝내고 일부 인프라 정비 기간도 필요하다”며 “L8 공간 2개로 8.7세대 원판투입 기준 월 1만5000장까지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7.5K 투자 가능성은 아직 낮아 

 

주목할 건 이번에 L8 위층의 나머지 절반(아래 그림 녹색 사각형 안)에 대한 해체 계약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해당 공간 설비들에 대한 중고 매각 의지를 접지 않았다. 이 설비들을 급하게 철거하고 신규 투자를 단행할 정도로 급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삼성디스플레이의 증착장비 추가 부킹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지 않음을 뜻하기도 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7세대 1만5000장분에 이어 7500장분을 추가 투자할 수 있을거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를 통해 BOE의 추격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캐논도키의 증착장비 슬롯은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BOE 순으로 할당돼 있다. 만약 LG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 대신 선익시스템 설비를 적극 활용한다면 캐논도키의 슬롯에 일부 여유가 생긴다(KIPOST 2월 24일자 <수주에 사활건 선익시스템, 8.7세대 투자에 조커로 활용될까> 참조). 

이를 BOE가 차지하게 될 경우,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시기상 큰 차이 없이 8.7세대 투자를 성사시킬 수 있다. 반대로 삼성디스플레이가 7500장분을 추가 투자하게 되면 그만큼 BOE의 8.7세대 진입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된다. 

캐논도키의 8.7세대 OLED 증착장비 슬롯은 1년에 2대(총 1만5000장분) 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할당 우선권을 가진 LG⋅삼성디스플레이의 선택에 따라 BOE의 설비 투자 시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는 추가 투자를 통해 증착장비 단가를 낮추고 애플 외 고객들에게 공급할 IT용 OLED 생산능력도 확보할 수 있다.

M1 맥스⋅프로 칩이 탑재된 맥북 프로. /사진=애플
M1 맥스⋅프로 칩이 탑재된 맥북 프로. /사진=애플

다만 앞선 설명처럼 아직은 삼성디스플레이가 1만5000장분 외에 추가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설비 투자 이전에 와이엠씨와의 추가 해체 용역 계약이 나와야 한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BOE의 추격을 지연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사 확보에 맞춰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BOE 견제만을 위해 추가투자 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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