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NXT:1980Di' 15대 가동 시나리오로 계산해보니
"화웨이, 스마트폰 시장 복귀하기 충분한 양 생산 가능"

최근 화웨이(하이실리콘)⋅SMIC가 합작해 7nm(나노미터)급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양산하면서 반도체 업계는 물론 미국 정가도 술렁거리고 있다. 향후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가 유의미한 규모로 생산된다면 지난 4년에 걸친 대 중국 제재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웨이가 메이트60 프로를 계기로 스마트폰 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며, 그 여부는 전적으로 SMIC의 7nm 파운드리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 

 

SMIC, 7nm 공정에 ArFi 15대 투입

 

그간 SMIC의 생산능력은 8인치 웨이퍼 환산 월 30만장 정도로만 추정됐다. 정확히 공정별로, 특히 선단공정에 속하는 14nm 이하의 생산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반도체 생산능력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노광장비 보유 대수를 통해 SMIC의 선단공정 생산능력을 어림잡아 추정해 볼 수는 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현재 SMIC가 7nm 공정 생산에 투입했거나, 내년 2분기까지 투입할 ArFi(불화아르곤 이머전) 노광장비 대수가 15대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ArFi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양산 투입되기 전까지 가장 최신 반도체를 생산하던 노광장비다. 

이 ArFi 시장 역시 네덜란드 ASML이 절대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SMIC가 가진 15대는 ASML의 ‘NXT:1980Di’ 모델이다. ASML은 홈페이지에 NXT:1980Di의 1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을 300㎜ 웨이퍼 기준 275장이라고 명시했다. 

ASML의 ArFi 장비들. 제일 오른쪽이 SMIC가 보유한 NXT:1980Di다. /자료=ASML
ASML의 ArFi 장비들. 제일 오른쪽이 SMIC가 보유한 NXT:1980Di다. /자료=ASML

그러나 이는 실제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포토마스크가 아닌 패턴이 간단한 테스트용 포토마스크를 적용했을 때의 숫자다. 반도체 업계는 노광장비의 실제 웨이퍼 처리량을 ASML 공표치의 절반 정도로 본다. 1시간에 130장 정도를 산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NXT:1980Di를 매일 24시간씩 한달 간 가동하면 9만3600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SMIC가 가진 15대를 모두 합치면 월 140만장이다. 다만 7nm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웨이퍼 1장에 대략 60회 안팎의 ArFi 노광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 7nm 공정에서 산출할 수 있는 웨이퍼 양은 월 2만3000장(140만/60)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딜런 파텔 세미애널리시스 연구원은 “SMIC가 15대의 ArFi 노광장비를 풀가동하는 시점은 2024년 2분기쯤”이라며 “7nm 제품을 생산하는 N+2 공정 수율도 정상궤도에 오른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수율 50% 가정시 7nm 칩 641만개 생산

 

그렇다면 이 정도의 생산능력으로 몇 개의 7nm 칩을 생산할 수 있을까. 화웨이가 메이트60 프로에 사용한 ‘기린9000S’ 칩의 면적은 107㎜2(테크인사이트 실측)다. 가로⋅세로 길이가 같은 정사각형 다이라고 가정하면, 한 변의 길이는 10.34㎜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300㎜ 웨이퍼 상에 적용했을 때, 웨이퍼 1장에 558개의 다이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웨이퍼가 2만3000장이라면 1283만개의 기린9000S를 생산할 수 있다. 당연히 수율도 고려해야 하는데, 수율 50%에서 월 641만개, 60%에서 월 770만개씩 산출된다.

300mm 웨이퍼 상에서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10.34mm인 칩을 잘랐을 때의 면취 예시. /자료=실리콘엣지
300mm 웨이퍼 상에서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10.34mm인 칩을 잘랐을 때의 면취 예시. /자료=실리콘엣지

이상의 계산에서 큰 착오가 없다면 SMIC는 내년 2~3분기 중에 매월 화웨이에 641만개의 기린9000S 칩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 전문 분석가로 유명한 밍치궈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화웨이가 올해 하반기 600만대, 연간으로 총 1200만대의 메이트60 프로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SMIC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ArFi 생산능력이 안착되면 적어도 AP 수급 측면에서 메이트60 프로를 생산하는데 지장은 없어 보인다. 

내년 하반기에는 7nm AP가 적용된 다른 플래그십 신제품을 내놓는 것도 가능하다. SMIC는 지난 2분기 설비투자에 17억32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지출해 직전분기 대비 3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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