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수명, 코스트와 직결"
현재 평균 수명 5년 가량

배터리 전⋅후공정에 널리 사용되는 롤투롤(roll-to-roll) 장비 성능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배터리 생산과정은 디스플레이·제지 분야와 달리 롤에 적용되는 입자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공정 중 마모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롤투롤 프레스 장비 업체 씨아이에스는 최근 롤 수명 연장을 위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화학연구원은 내년에 롤투롤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다. 

 

배터리 전·후공정 모두 쓰이는 롤, 수명 연장 잰걸음

극판에 도포된 배터리 슬러리. /사진=chargedevs

롤투롤 장비는 일반적으로 롤을 감았다 풀며 특수물질 등을 원하는 곳에 도포하거나 이를 절단·압축하는 데 쓰인다. 주로 디스플레이·제지 생산에 많이 사용된다. 최근 배터리 분야에서도 동박·알루미늄 극판 위에 각종 활물질·첨가제 등이 포함된 슬러리를 얇게 코팅하기 위해 다수 롤투롤 장비가 활용된다. 전극판을 만드는 전공정 뿐만 아니라 후공정에서도 롤투롤 장비가 동원되는 추세다. 

롤투롤 장비의 핵심 부품은 롤과 이를 구동하는 모터다. 특히 롤은 생산 공정·속도·배터리 종류에 따라 손상·마모되는 정도가 다르지만 수명이 정해져 있어 일정 기간 사용 후에는 교체가 필요하다. 롤 프레스 장비 전문 업체인 씨아이에스는 이에 최근 롤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연구 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핵심 부품인 롤과 모터에 많은 연구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며 "롤을 계속 사용하다보면 압력에 따라 롤의 형태가 변형되기 때문에 롤의 내구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롤투롤 장비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코팅 공정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주로 입자가 작은 나노 파티클들을 박막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제지 분야 등에서는 각종 코팅제를 분산·도포하는 데 롤투롤 장비가 활용된다. 국내 롤투롤 장비 전문업체 피엔티 김준섭 대표는 "롤투롤 장비는 롤과 롤을 통과해서 만들어진 제품 모두를 말한다"며 "아무래도 프레스 쪽에서는 롤 프레스 수명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롤 수명은 생산 코스트와 직결" 

국내서 롤투롤 장비 관련 테스트베드를 운영 중인 한국화학연구원에 따르면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롤투롤 장비는 타 분야보다 롤 연마 가능성이 높다. 철강 소재로 만들어지는 롤은 보통 하드크롬으로 도금이 이루어진다. 사용 환경에 따라 손상 정도가 달라진다. 전극 물질이 포함된 슬러리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편에 속해 롤 손상이 쉽다. 광학 처리를 기본으로 하는 디스플레이 분야 등과는 소재상 물성 차이가 있다. 

롤투롤 코팅 시스템. /자료=도레이 

조성근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솔루션센터 책임연구원은 "배터리는 전극용 물질이 사용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롤투롤 장비에 코팅되는 물질의 입자가 크고 불투명하다"며 "이 때문에 롤이 연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화학연구원은 이러한 소재적 특성을 고려해 배터리 업체에 대해서는 테스트베드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용액 코팅용 롤투롤 장비의 경우 배터리 슬러리를 함께 사용할 경우 장비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롤의 수명은 코팅 방식이나 생산 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해당 장비가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된 코팅의 경우 슬롯 다이 코팅, 그라비아 코팅 등 코팅 방식에 따라 롤 손상 정도가 다르다. 끝이 뾰족한 압출구인 다이에서 용액이 분사되는 슬롯 다이 코터는 롤이 다이 끝 부분에 찍히거나 상처를 입어 손상된다. 반면 인쇄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블레이드를 통해 일정 패턴을 찍어내는 그라비아 코터는 블레이드 롤의 마모가 가장 큰 이슈다. 

 

현재 롤 수명 5년 내외...생산 속도 높이면 단축 가능성

아직까지 롤투롤 장비에 쓰이는 롤 교체 주기는 생산성을 저해할 만큼 짧지는 않다. 아직 산업 초창기라 장비 가동 속도를 충분히 높이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롤투롤 설비를 활용한 노칭 장비 업체 디이엔티에 따르면 이 업체가 사용되는 롤의 수명은 대략 5년 정도다. 디이엔티 관계자는 "아직까지 롤 수명보다는 레이저 등의 교체 주기가 더 짧다"고 말했다. 레이저 교체 주기는 1년 반 정도다. 롤보다는 레이저 등 다른 요소가 생산 효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롤에 대한 연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수요 급증으로 인해 최근 배터리 업체들이 장비 속도를 점차 올리고 있는 추세일 뿐만 아니라 수율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 관계자는 "롤을 수선하고 교체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는 단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역시 내년부터 2차전지 분야 롤투롤 장비 연구용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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